웃고 있는 얼굴, 스마일 도시락
도시락을 만들면서 가장 힘든 때는 이벤트 달이다. 화이트 데이, 크리스마스, 결혼기념일, 빼빼로 데이 등등. 특히 아이들 생일이 있는 달에는 무엇을 만들지 너무나 부담스럽다. 어떤 캐릭터와 이벤트를 담아야할지...
딸아이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던 때의 일이다. 친구를 초대한다기에 몇이나 오냐고 물었더니 10명 정도라고 대답했다. 아직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생일 파티 해준 적이 없다는 생각에 음식점 예약을 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이가 싱글싱글 웃으며 했던 말은...
“아빠! 초대할 친구들이 자그마치 37명이야.”
“왜 그렇게 많아?”
“그냥 오고 싶은 사람 여기 붙어라 그랬지.”
가까운 친구들만 초대하라고 아이에게 사정했다. 결국 하루하루 지나면서 딸아이는 점점 줄어드는 초대인원을 이야기 해줬다. 최종적으로 정해진 인원은 7명. 하지만 일주일째 잠도 못잘 정도로 바빠진 난 생일도 잊고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내일이 윤이 생일인데 예약은 했어?” “뭐? 내일이 윤이 생일이야?”
앗, 바로 딸아이를 불러 사정을 설명한 후, 친구를 부르지 말고 가족끼리 외식을 하자고 말했다. 아이가 울지나 않을까 내심 긴장했는데 의외로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 대신 캐릭터 도시락 싸줘. 친구들과 같이 먹을게.”
난 전기에 감전된 사람처럼 꼼짝도 못했다. 옆에서 웃고 있는 아내.
“호~ 7개 싸려면 밤새야 갰네.”
아무리 생각해도 7개는 도저히 만들 수 없을 것 같았다. 1개에 최소 1시간씩 잡으면 7시간인데... 하지만 이미 한번 약속을 어겼는데 이것까지 못 만들어줄 수는 없지.
2시간 넘게 궁리한 끝에 활짝 웃고 있는 ‘피카츄’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딱 이거다 싶어 그 자리에서 스케치를 하고 다음날 새벽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얼굴 하나하나 정성껏 만들고 안에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도 넣어 예쁘게 만든 도시락이라 마음에 쏙 들었다. 아이가 일어나 도시락을 보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에이, 이게 뭐야 도시락이 하나잖아?”
“잘 봐, 이건 한 개가 아니야. 세어 봐. 7개지? 그럼 아빠는 약속지킨거야. 하하하.”
“피이~ 그런데 예쁘긴 예쁘다.”
하나씩 친구들과 같이 먹으며 즐거워할 아이를 생각하니 어느새 미소가 떠올랐다. 이벤트가 있는 날엔 아내나 딸, 특히 블로그(담덕공자의 캐릭터밥상)에 오는 이웃들이 많은 기대를 하는데 그때마다 여전히 부담스럽다.
2000원으로 캐릭터밥상차리기 저자 이 영